Friday, November 23, 2007

이명박 신화는 드라마가 만든 허상이다

- 정주영 회장 회고록 -

"사실 사람은 그렇다.

기용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으면 재능이란 것은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서울대학 출신의 많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그 분을 기용했기 때문에 많이 클 수 있었다. 〈야망의 세월〉이라는 드라마가 그 분을 너무 유명하게 만들었는데, 그건 정말 작가의 장난이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명박씨가 소양강 댐이다 뭐다 해서 다 한 것처럼 나오고 박대통령 앞에 가서 으르렁으르렁거린 걸로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

소양강 댐 만들 때 이명박씨는 간부도 아니었고 참여도 하지 않았다.

설계에서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부 서울공대 패거리들이 했다.

모두 이씨의 (회사)선배 들이다.

현대건설이 65년에 태국 파타니 나리왓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이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칼을 든 폭도들이 금고를 열라고 요구했으나 이명박씨 혼자 끝까지 금고를 지킨 무용담이 있는데 이씨는 사실 금고를 지킨 많은 사람 중의 한명일 뿐이었다.

현대건설은 생긴지가 40년이 넘는다.

그런데 현대건설 초반기에 맡았던 공사에 그 분이 주역을 담당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드라마상으로는 조선소 건설이나 자동차 등등 다 그 분이 한 것처럼 나오니까 사내에 보이지 않는 위화감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밑의 직원이 매스컴에 나오면 그걸 좋게 보지만 같은 동료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 때 저 밑에서 서류도 만져보지 못한 사람이 자기가 다 한 걸로 나오고,

그건 좋은데 초기의 중동건설도 다 자기가 한 것처럼 나오니,

그 때 이명박씨는 참가할 자격도 못 됐다.

서울대 선배들이 다 한 건데 서로 말은 못해도 회사 내에서 분위기가 아주 어색했다.

그런 저런 이유로 해서 그 분이 떠날 분위기를 자초한 거다. "

- 고 정주영 회장 회고록
- 시사저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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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37세의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에 올랐으니 객관적인 능력은 인정받은 것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를 실제보다 더욱 부풀려 놓은 영웅시대라는 초인기드라마 덕에 그는 샐러리맨신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능력있으며 추진력있고 정직하여 타협을 모르는 이명박의 이미지는 그때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던 셈이다.

그는 이 이미지를 잘 살려 자신의 공직생활과 연결시켰다.
1990년대는 국회의원에 두차례 도전하여 모두 당선에 성공하고
2000년대는 3대 민선 서울시장직을 맡는다.
그리고 현재 지지율 1위로서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 시절에 걸친 그의 언행을 곰곰히 살펴보면 그가 자신의 부정이나 실패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쉽게 드러난다.
"하나님께 맹세코 그런 일 없다"며 선거법 위반을 부정하다 결국 증거가 드러나고 참모들이 인정하여 94년 국회의원직을 중간에 내놓을 때도 그랬다.
98년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취소 되었을 때도 변함없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그리고 그후로도 마찬가지이다.
엄청난 비용의 청계천사업 덕에 서울시의 적자가 6조에서 12조원이 되었어도,
서울시 버스노선 개편시 버스회사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버스운영적자보조비를 취임직전의 10배인 1800억원으로 올렸어도,
그리고 겉모습만 화려한 치적뒤에는 서울시 성장율 1.1%로 전국시도중 최저라는 성적표가 나와도,
그는 청계천과 버스노선개편이 자신의 시장임기 중 최대치적이라고 꼽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한 그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대중들에게 먹혀왔다.
그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는 그가 보여주는 자세가 대중의 마인드에 각인된 '능력있고, 당당하고, 정직한 이명박' 이미지와 부합되는 까닭이요,
둘은 청계천이나 시내버스노선개편같은 비쥬얼적으로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그들 앞에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 뒤 재정상황을 들춰보면 '공적주의를 지향하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 역시 무시할 것이 못됨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어쨌든 기존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정보에 약하다.

이명박은 이런 대중심리를 몸소 체험하고 그덕을 톡톡히 보아온 사람이다.
그리하여 이번 대선에도 그는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절대로 그런 일 없다', '나를 믿어달라' 등등 자신감을 담아 단정하는 발언을 잘 쓴다.
결국 증거가 드러나 그의 발언을 부정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많은 수의 대중은 어쨌든 그의 발언을 보고 기존 이미지와 부합하는 '소화하기 쉬운' 정보로서 덥썩 집어삼킬것이다.
그리고 '능력있고 추진력있고 리더쉽 있는 지도자감'이란 기존의 믿음을 버리지 않고 지지자로 남아줄 것이다.

현재 '이명박이 능력있으니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것을 다시한번 점검해 보아야할 시점이 되었다.
그들이 기대하는 능력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과대포장된 한탕주의 신봉자, 이미지로 먹고사는 정치인인지 말이다.

그가 오를지 모를 대한민국 최고권력자의 지위에 도덕성이라는 자질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의 '저지르고 뒷감당 못하는' 성향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것이든 그를 뽑은 국민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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